DSLR을 처음 사용하는 그녀를 위한 안내서 (1)

얼렁뚱땅설명서 2009. 9. 9. 22:23


그녀의 손에 카메라를 쥐어줬습니다. 어떻게 사용하냐는 질문에 난감해 하면서도 이것저것 설명해 봅니다만 어려워하는 그녀의 눈을 통해 내 자신이 안드로메다로 날아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결국 해준 말이라고는 이말뿐입니다. 

모르겠으면 AUTO나 P모드로 찍어!

저도 카메라를 다루는 것이 서툽니다. 멋진 사진을 찍어본 젓도 없고, 어떻게 해야 좋은 사진이 찍히는 지도 모릅니다. 다만 그 서툰 사진 속에서 나를 보게 되었고, 세상을 다시 만난 것처럼, 그녀도 사진을 통해 더 많은 자신과 만나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사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조리개, 셔터스피드, ISO, 심도, 화각 등등 알아야 할 것은 많지만 무엇이 먼저인지, 무엇이 필요한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시작은 해야겠죠.


(70mm, F4.5, 1/1250, ISO 200, NIKON D50) - 아웃포커싱

하나, 조리개 다루기

DSLR로 기변하게되는 가장 큰 이유가 아웃포커싱[각주:1]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 한가운데 사람 하나 서있고, 주변의 모든 것들이 뭉개져서 흐릿한 빛망울로 보이는 사진 말입니다. DSLR 을 처음 사용할 때는 이런 사진들을 보며 감탄하고, ‘아웃포커싱은 사진의 진리’라는 엉뚱한 말을 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런 사진을 (피사계) 심도가 얕다라고 말합니다.

피사계 심도 (depth of field)란 말은 얼핏 들어선 당췌알 수 없는 말입니다. 이런 단어로 카메라의 설명을 듣는 다면 √2가 어쩌고 하는 느낌인 것이 당연합니다. 그래도, 수학공식보다는 쉽고 이것만 알면 카메라기능의 대부분을 알게되는 것이니 조금만 이해력을 발휘하면 됩니다. 
심도란 촛점이 맞는 구간을 말합니다. 그것을 얕다-깊다라고 표현하고, 심도가 얕은 사진을 아웃포커싱(이 잘된) 사진이라고 합니다. 아웃포커싱이 잘된 사진을 만들려면 몇 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1)F값이 낮은 렌즈를 사용할 것과 되도록 2)되도록 망원렌즈를 사용할 것, 3)카메라와 피사체는 가까워야 하고 배경과의 거리가 멀어질 것 등입니다.

유리창의 빗방울로 심도 비교를 합니다. 위는 F1.4, 아래는 F5.6 입니다. 아래 사진이 촛점이 맞은 구간이 깊습니다.

F값[각주:2]은 조리개 수치라고 이야기 합니다. 이 조리개 수치가 낮을수록 초점이 맞는 부분이 얕고, 높을수록 초점이 맞는 부분이 깊어집니다. 조리개 수치는 사실 카메라에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기능을 하지만, 카메라를 다루는 사람들에게는 초점이 맞는 깊이배경에 깔리는 빛망울의 뭉개짐을 조절하는 기능으로 쓰입니다.

F값은 렌즈마다 다릅니다. 보통의 줌렌즈들은 F3.5에서부터 시작하여 망원으로 갈수록 수치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격이 비싼 고급 줌 렌즈들은 F2.8부터 시작하여 망원에서도 같은 수치를 유지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단렌즈들은 F1.4~2.0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래서 단렌즈로 찍으면 아웃포커싱이 잘된 인물사진을 찍기 쉽습니다.

망원 일수록 조리개 수치가 높아도 아웃포커싱은 잘됩니다. 이것은 찍히는 거리에 비해 초점 맞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얕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도 피사체가 배경하고 딱! 붙어있으면 아웃포커싱의 효과를 볼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인물 사진을 찍는 다면 인물은 배경이 되는 벽면과 적당히 떨어져합니다. 카메라와 피사체가 가깝고 배경이 멀어지면, 멀어진 배경은 초점을 받지 못해 아웃포커싱 효과가 극대화 됩니다.

주의할 것은 피사체 거리에 따라 초점 맞는 면적이 급격히 얕아지기 때문에, 너무 가까운 피사체는 원하는 사진을 얻지 못할 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즉, 접사를 찍을 경우 F값을 높이지 않으면 일부분만 찍히고 나머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사진이 뭉개집니다. 


(300mm, F6.3, 1/250s, ISO 400, NIKON D50) - 망원사진에서의 아웃포커싱

(35mm, F3.2, 1/80s, ISO 200, NIKON D50) - 접사를 할 경우 F값이 작아 심도가 얕으면 이런 사진이 됩니다.


심도가 낮은 사진은 피사체만을 부각시키는 용도로 사용합니다. 그래서 인물 사진의 경우 대부분이 이런 기법을 사용하여 인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합니다. 또는 지저분한 배경으로 인하여 피사체에 집중하기 힘들 경우 배경정리용으로도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떤 인물 사진의 경우 반대로 배경을 살려서 찍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산 정상에서 사진을 찍을 경우 얼마나 높이 올라왔는지를 보이려면 배경도 나와야 하겠죠? 이럴 경우 F값을 높여서 찍으면 인물과 함께 배경도 담을 수 있습니다. 이런 사진을 팬포커스이라고 합니다. 산 정상에서 아웃포커싱하면 배경이 다 날아가서 어디가 어딘지 모르자나요. ^^;

(22mm, F20, 1/250s, ISO 800, NIKON D50) - 팬포커싱, 산 아래의 마을까지 선명하게 보입니다.

(30mm, F2.0, 1/25s, ISO 400, NIKON D50) - 배경이 흐릿하게 뭉게져서 피사체에 집중하게 됩니다.


  1. 아웃포커스 : 아웃포커스란 초점이 빗맞는다는 뜻입니다. 아웃오브포커스, 보케, 빛방울, 배경흐림 등등 많은 용어들로 불립니다. 그러나 아웃포커스라고 하면 다 알아들으니 그렇게 부르는 것이 좋겠습니다. [본문으로]
  2. F값 : F값은 빛이 렌즈를 투과하는 양을 나타냅니다. 렌즈 구경이 52mm일 경우 조리개 값이 52mm이면 F1.0이 되고, 52/√2=F1.4, 52/√4=F2.0으로 표기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빛이 렌즈를 통과하는 면적을 계산한 수치로 F1.0에 비해 F1.4는 빛의 양이 1/2로 줄어들고, F2.0은 F1.4에 비해 또 1/2로 줄어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럼 F2.8은 빛의 양이 얼마나 줄어들게 될까요? [본문으로]